겨울 여행지를 고를 때 늘 고민이 있어요. 풍경은 좋은데 추위 때문에 몸이 굳어버리면, 결국 카페-숙소만 반복하게 되더라고요. 그래서 이번엔 아예 추위를 이기는 곳으로 방향을 틀었어요. 바로 규슈 온천마을여행. 이름만 들어도 따뜻하지만, 막상 가보니 ‘따뜻하다’ 수준이 아니라 생활 방식 자체가 지열에 맞춰져 있더라고요.
처음 도착했을 때 가장 낯설었던 건 마을에 연기(증기)가 계속 피어오른다는 점이었어요. 멀리서 보면 화재 난 것처럼 보일 정도인데, 주민들 표정은 너무 평온해서 더 신기했죠. 알고 보니 이곳은 아소산 같은 활화산 지대의 에너지를 일상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쓰는 마을이었어요.
규슈 온천마을여행의 첫 충격: “가스 없이도 밥이 된다”

마을 한가운데에는 누구나 쓰는 마을전용 찜기(공동 찜통) 같은 공간이 있어요. 처음엔 관광용 체험인 줄 알았는데, 주민들이 진짜 냄비 들고 왔다 갔다 하더라고요. 이곳에서는 불을 피워 조리하는 대신, 지열과 증기로 쪄서 익히는 게 생활이에요.
제가 직접 지켜보며 느낀 포인트는 세 가지였어요.
1) 에너지 비용의 개념이 달라져요. ‘불 켠다’가 아니라 ‘뚜껑 덮는다’에 가까워요.
2) 요리 방식이 바뀌니 맛도 달라져요. 찜은 재료 맛이 직관적으로 느껴져서, 닭이나 채소가 담백하게 살아나요.
3) 마을의 리듬이 생겨요. “몇 분 더 쪄야지”가 아니라 “한 시간쯤 맡겨두자” 같은 느린 템포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아 있더라고요.
제가 챙긴 꿀팁 하나 ✨
이런 규슈 온천마을여행을 계획한다면, ‘찜 문화’가 있는 지역에서는 시장에서 계란, 고구마, 옥수수 같은 재료를 조금 사서 해보세요. 별거 아닌데 여행 체감이 확 올라가요.
개인온천은 사치가 아니라 ‘생활 인프라’였어요

두 번째로 놀란 건 집집마다 개인온천이 있는 형태였어요. 일본 온천은 료칸에서만 즐기는 이미지가 강했는데, 여기선 집 욕실에 온천수가 계속 흘러들어오고 넘치는 물은 자연스럽게 빠져나가게 구조를 만들어 놓았더라고요.
이걸 보면서 ‘부럽다’로 끝나지 않았던 이유가 있어요. 활화산 지대에서 산다는 건 늘 위험과 함께 간다는 뜻이잖아요. 대신 그 땅이 주는 혜택(온천, 지열)을 일상 깊숙이 끌어안고 살아가는 느낌이었어요. 결국 이곳 사람들은 자연을 “통제 대상”으로 보지 않고, “공존의 전제”로 받아들이고 있더라고요.
저는 숙소를 고를 때도 관점이 조금 바뀌었어요. 단순히 노천탕이 예쁜 곳보다,
- 온천수가 어떻게 순환되는지
- 마을이 온천을 어떤 방식으로 공유하는지
- 지역이 지열을 얼마나 생활화했는지
이런 포인트를 더 보게 됐거든요. 규슈 온천마을여행이 ‘힐링’ 이상의 경험이 되는 지점이 여기였어요.
구로카와 온천에서 배운 것: 모두가 잘 되려면 ‘공유 설계’가 필요해요

산속 깊은 구로카와 온천은 분위기부터 달라요. 조용한 골목에 유카타 차림으로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, ‘여긴 온천을 중심으로 마을이 굴러간다’는 게 바로 느껴져요.
특히 인상적이었던 건, 큰 시설 하나로 몰아가기보다 작은 온천들을 엮어서 ‘돌아다니며 즐기는 방식’을 만든 점이에요. 덕분에 사람도 분산되고, 동네 가게와 골목까지 살아나더라고요. 여행자 입장에서도 한 군데에서 끝내는 게 아니라, 한 번 더 걷고 한 번 더 머무르게 돼요.
이런 구조는 우리 여행에서도 적용돼요. 일정 짤 때 한 곳에만 오래 박아두기보다, 반경을 작게 잡고 동선을 촘촘히 만들면 만족도가 훨씬 높아지더라고요.
결론: 뜨거운 땅은 ‘휴식의 방식’까지 바꿔놓더라고요

이번 규슈 온천마을여행을 통해 제가 확실히 느낀 건 하나예요. 온천은 단순한 관광 콘텐츠가 아니라, 어떤 지역에선 삶의 에너지 시스템이자 공동체 문화라는 것.
겨울에도 따뜻한 길, 가스 대신 지열로 찌는 음식, 집 안에서 이어지는 개인온천… 이런 것들이 모여서 ‘여기 사람들은 이렇게 쉬고 이렇게 살아가는구나’가 보이더라고요.
만약 요즘 지쳤는데 어디로 떠나야 할지 모르겠다면, 저는 규슈를 추천하고 싶어요. 다만 욕심내서 많이 보려 하기보다, 온천 한 번 더 하고 골목 한 번 더 걷는 쪽이 훨씬 좋았어요. 여러분은 온천 여행에서 ‘탕’ 말고 어떤 순간이 제일 기억에 남나요? 😊